2019년도 1학기, 마지막 학기와 '루소폰지역개발협력' 강의를 마치며

마지막 학기인 듯 아닌 듯 했던 한 학기를 마치며

Posted by devfon on June 20, 2019

나는 원래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20살 처음으로 다닌 대학교 작문 시간에 가족에 대해 쓴 글을 정말 좋게 봐주신 교수님 덕분에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처음으로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여러 글을 써보려 했던 것 같다. 이러한 글쓰기에 대한 흥미는 군대를 다녀온 후, 편입 준비를 위해 논술을 배우기 시작하며 완전히 사라졌다.

이전까지는 누가 내 글을 잘 봐주는 마음에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부담감이 전혀 들지 않았고, 내가 생각한 나의 이야기를 그냥 진솔하게 쓰면 그걸로 되는 것인 줄만 알았다. 논술은 이런 글쓰기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글쓰기였다. 내 글은 채점자 눈에 띄게 작성되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나는 내 생각이지도 않은 독창적인 주장을 펼치는 을 해야 했다.

심지어 이렇게 내가 가진 하나의 흥미를 죽여가면서까지 공부했던 논술로 지원한 대학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기까지 했으니, 나에게 더 이상 글쓰기에 대한 흥미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했을 수도 있겠다. 이러한 글쓰기 기피증은 이번 학기가 시작하는 2019년도 까지 이어졌다.

매 수업 블로그에 글을 포스팅해야하는데 도무지 글을 어떻게 써야 조리있게 썼다는 느낌이 들게 할지에 대한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 내가 좋아했던 글쓰기가 에세이였고, 내가 공부헀던 글쓰기가 논설문이었다면 이제는 ‘설명문’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 글을 읽는 독자가 어떤 시선으로 내 글을 바라볼지, 행여나 내가 이상하게 쓴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 문장에 몇 분 간이나 머물지는 않을지 너무 많은 부분에서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블로그 포스트 하나를 작성하는데 대략 3일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3일 모두 글을 쓰는데 소비했던 것은 아니지만, 글에 대한 주제를 정하고 내가 먼저 그 주제를 이해하기 위해 소비되는 시간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다. 그리고 내가 나 스스로를 이해시키지 못했을 때에는 글이 더 써지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정말 스트레스의 연속이었다. 2학점 과목을 위해 매주 이러한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나 싶을 정도의 스트레스가 머리에 가득찼다. 그렇게 힘든 줄다기리를 이어오던 중 한 주제의 포스팅 경험이 이러한 내 정신 상황을 완전히 뒤바꿔주었다.

지난 번 포스팅 중 리스본에서 열리는 자연어 처리 학회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해당 주제는 내가 정말 좋아하고, 관심있게 공부하는 분야였기 때문에 주제를 조사하면서도 기분이 좋았고 자료를 찾을 때 마다 희열(?)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나와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해당 정보를 공유하고 싶다는 마음도 막 솟구쳤던 것 같다.

그렇게 포스팅을 마치고 Tensorflow Korea라는 개발자 커뮤니티에 내 글과 관련된 주제에 대해 공유를 해보았다. 그리고 신기한 결과를 마주했다. 생각보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내가 쓴 글과 주제에 공감을 해주고, 심지어 글을 공유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분들로부터 친구추가를 받기도 했고 말이다.

이후에는 글쓰기에 대한 스트레스가 한층 덜해지고 이전보다는 더 자신감 있게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 경험은 커뮤니티가 가진 힘에 대해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던 일종의 충격이었다. 실제로 해당 글을 공유한 이후, 이제는 글로는 아니지만 관련 분야 자료를 슬라이드로 만들어 커뮤니티에 계속해서 공유를 해오고 있다. 그리고 역시 해당 활동에도 많은 분들이 공감을 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으로 공부를 이어오고 있고 말이다.

글쓰기를 벗어난 이야기를 해보자면 김용빈 교수님의 ‘루소폰지역개발협력’이라는 강의는 외대판 알쓸신잡과 같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교수님이 가진 지식이 너무 방대해 각종 분야의 이모저모를 2시간 동안 정말 흥미롭게 습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학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글을 작성하기 때문에 정-말 다양한 이야기를 화제로 가져갈 수 있다는 점도 너무 좋게 다가왔다.

수업의 주요 주제였던 아프리카에 대해서는 내가 가지고 있던 스테레오 타입들이 정말 구시대적이라는 것을 새로이 알게 되었다. 내가 어릴 적 상상하던 아프리카와 지금의 아프리카는 완전히 다른 대륙이었고 많은 부분에서 현대화가 행해진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특히 르완다 내전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후투족과 투치족의 계급 분쟁(?)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흥미롭게 다가왔다. 이전에 얼핏 어디선가 르완다 내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 때 보다 교수님 수업에서 훨씬 더 재밌게 들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교수님이 기말고사를 2주 앞두고 수업을 대신해 참여하도록 권하신 학회가 이상하게 내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다. 사실 ODA 전문가 혹은 전문가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세션 타임에 참가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지만, 그 중에서도 내 귀에 확 꽂힌 토론 거리가 있었다. 제너럴리스트가 될 것이냐,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이냐.

잘은 모르지만 ODA 분야에도 제너럴리스트와 스페셜리스트에 대한 개념이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제너럴리스트가 스페셜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섹터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 통계학을 전공해라, 바이오를 전공해라 등 정말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이게 남일 같지 않게 느껴졌다. 현재 졸업을 앞두고 대학원 진학을 희망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이같은 고민은 누구나 필연적으로 하게 되는 고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전까지는 IT 업계에서 문과생 신분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컴공 친구들과 한 분야에서 경쟁하며 싸우려 하지 말고, 두루두루 지식을 겸비하며 문과생이 낼 수 있는 인문학적 아이디어를 툭 던져주는 것이 내가 가야할 지향점이라고 생각을 했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좋아하는 공부를 찾게 되니 이러한 생각이 정말 한 번에 사라지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분야를 공부하며 해당 분야에서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는 내 나름의 목표를 확실하게 세웠다. 어려운 길일 수 있지만 불가능한 길은 아닐 것이기에 내가 정한 목표를 믿고 따르고 싶기도 하고 말이다. ODA 분야를 희망하는 내 나이 또래의 친구들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이 너무나 공감되어서 더 기억에 깊게 자리하는 것 같다.

결론을 이야기하지면 ‘루소폰지역개발협력’ 수업은 전반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나에게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 또 새로운 도전에 대한 목적 의식을 다시금 고양시킬 수 있는 굉장히 유의미한 강의였다. 다만 글쓰기 횟수는 조금 더 줄여도 될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을 하며(ㅎㅎ) 글을 마무리 한다.

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저는 먼저 외대를 떠날게요!!!